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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네이버 페이 구매자 (ip:)
  • 작성일 2017-07-18 02: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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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0
평점 5점
맘에 쏙 듭니다.

(2017-07-17 17:31:14 에 등록된 네이버 페이 구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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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팸글 게시판이 도배되는거 같아서 이거까지만 올릴게요이백살을 맞은 사나이(The Bicentennial Man)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저로봇 공학의 세 가지 법칙:  1.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칠 우     려가 있는 행동을 해서도 안 된다.  2. 로봇은 제 1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3. 로봇은 제 1 법칙과 제 2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     신의 몸을 보호해야만 한다.  1.        "고맙소이다."  그리고 나서 앤드류 마틴은 자리에 앉았다. 그는 영원한 휴식을  앞두고 마지막 기운을 쓰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전혀 그런  낌새를  챌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알 듯 모를 듯하게 멍한 표정을 한  얼굴을  제외하면, 이상한 점이라곤 전혀 없었다. 혹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의 눈에서 슬픔이 느껴진다고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엷은 갈색 머리는  부드럽고 섬세한 결을 지녔고, 얼굴에는 잔털이 전혀 없었다. 방금 깨끗하게 면도를 마친 듯 했다. 입고 있는 옷은 붉은 기가 센 자주빛이 주로 눈에 뜨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모양이었지만, 단정하고 말쑥한 차림이었다.   그와 마주보고 있는 책상 뒤에는 외과의사가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명판에는 여러가지 직위며 명칭이며 숫자 따위가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었으나 앤드류가 신경 쓸 것들은 아니었다. 그저 의사선생이라고 부르면 족하다.  " 수술을 언제 할 수 있겠소, 의사선생 ? "  로봇이 인간을 향해 얘기할 때면 항상 담겨 있기 마련인, 그 절대적인 존경의 목소리로 의사는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손님. 그런 수술이 가능한지,  그리고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얼굴에 얼핏 정중하지만 비협조적인 표정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연한 갈색으로 덮인 로봇의 스텐레스 스틸 얼굴에서도 그런  표정을, 아니면 어떤 표정이라고 할만한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앤드류 마틴은 로봇의 오른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메스가  달린 그 손은 책상위에 굳은 듯이 꼼짝않고 놓여 있었다. 기다랗고  미끈한 곡선을 그리며 예술적인 조형미를 보이는 금속제 손가락들을 보고  있노라면 근사한 외과 수술용 메스가 연상되었고 그러다가 이윽고 그 메스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가 작업을 할 때면 그 어떤 주저함도, 더듬거림도, 떨림도,  그리고 실수도 없을 것이다. 의사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물론 그  완벽함은 인간들에 의해 이식되어진 고도의 전문 기술이다. 결코 로봇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완벽한 전문성인 것이다. 그러나 이  로봇  역시 이식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앤드류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앤드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모양이다.  앤드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 당신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소 ? "  의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마치 자신의 양전자 두뇌에는  그  질문을 처리할 부분이 없다는 것 처럼.  " 그러나 저는 로봇입니다, 손님."  " 인간보다 더 좋은 것 같소 ? "  "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손님. 더 좋은 의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인간이었다면 지금처럼 좋은 의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로봇이라면 가능하지요. 저는 고도로 발달된 로봇인 것이 기쁩니다."  " 내가 당신을 이리저리 부려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지 않소 ? 당신더러 일어나라, 앉아라, 왼쪽으로 가라, 오른쪽으로  움직여라 하고 단지 말하는 것만으로 당신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화나지 않소 ? "  " 당신을 기분좋게 해 드릴 수 있다면 저도 기쁩니다,  손님.  만일 당신의 명령이 당신이나 그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제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라면,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첫 번째 법칙은 복종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두 번째 법칙보다 우선합니다. 그렇지만 않다면 복종은 곧  저의  기쁨입니다. . . 그런데 저는 이 수술을 누구에게 해야 하지요 ? "  " 내게 하시오."  " 그러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이 수술은 분명히 손상을 입히는 것입니다."  " 그건 문제가 되지 않소." 앤드류는 담담하게 말했다.  " 저는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없습니다."  " 물론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는 없지요." 앤드류는 얘기했다.  " 그러나 나 역시 당신과 같은 로봇이오."  2.     앤드류가 처음으로 '생산'되었을때는 좀 더 로봇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 기능적으로 설계된, 그러면서도  가장 섬세한 외형을 가진 로봇 중의 하나였다.   앤드류가 그 집으로 간 것은 가정용 로봇이 아직 세계적으로도 희귀했던 시대였다. 그리고 앤드류는 훌륭하게 제 몫을 해 내었다.  그 집에는 모두 네 식구가 있었다. 주인님과 마님, 그리고 큰아씨와 작은 아씨였다. 그는 물론 그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결코  불러 본 적은 없다. 주인의 이름은 제랄드 마틴이었다.  그의 고유번호는 NDR --  그는 번호를 잊어버렸다. 물론 오랜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그가 기억하려 했다면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기억하기를 원치 않았다.  처음에 그를 앤드류라고 부른 것은 작은 아씨였는데, 그 소녀는  아직 글을 쓸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자기가 아는 남자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그 뒤 다른 식구들도 모두 그를 앤드류라고 불렀다.  작은 아씨 -- 그녀는 아흔 살까지 살았고 이제 죽은 지도  오래되었다. 그는 언젠가 작은 아씨를 '마님'이라고 부르려 했지만 작은  아씨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작은 아씨였다.  앤드류가 했던 일은 주로 시종이나 집사, 그리고  하녀의  역할이었다. 그 시절이 그에게는 시험기간에 해당하는  나날들이었는데,  사실 산업 현장이나 지구 밖의 탐험 기지에서 일하는 로봇을 제외하면 모든 로봇이 다 시험기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마틴 일가는 앤드류를 무척 좋아했다. 그는 큰아씨나  작은  아씨와 놀아 주느라 일하는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빼앗기기 일쑤였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해결한 사람은 큰아씨였다. 그녀는 말했다.  " 너는 우리가 명령한대로 따라야 해. 우리와 놀아."  " 죄송합니다만, 아씨. 주인님께서 내리신 명령이 더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 아빠는 그냥 네가 청소하는 일을 했으면 하고 말하신  것  뿐이쟎아. 그건 명령이라고 할 수 없지. 나는 명령하는 거야."  주인은 개의치 않았다. 주인은 큰아씨와 작은 아씨를 심지어 마님보다도 더 좋아했고, 앤드류 역시 그 둘을 좋아했다. 적어도 그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 것은, 인간이 본다면 애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얘기할 만한 것이었다. 앤드류는 그것을 애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로서는 달리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깎아서 목걸이 장식을 만든 것은 작은  아씨를  위해서였다. 그녀가 시킨 일이었다. 큰아씨가 생일 선물로 소용돌이 모양의 무늬가 있는 상아 목걸이를 받았는데, 작은 아씨가 아무래도 심통이 났던  모양이다. 그녀는 나무 조각 하나를 작은 부엌칼과 함께 앤드류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가 순식간에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자 작은 아씨가 말했다.  " 좋았어, 앤드류. 아빠한테 가져가서 보여 드릴 거야."  주인은 믿지 않았다.  " 맨디야, 너 정말 이걸 어디서 가져 왔니 ? "  맨디는 주인이 작은 아씨를 부르는 이름이다. 작은 아씨가 얘기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님을 깨달은 주인은 앤드류를 돌아 보았다.  " 이걸 정말 네가 만들었니 ? "  " 네, 주인님."  " 무늬도 ?"  " 네, 주인님."  " 이 무늬를 어디서 따 온 거지 ?"  " 나뭇결의 모양을 기하학적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주인님."  다음 날, 주인은 좀 더 큰 나무조각을 가져와서 전기식 진동칼과 함께 앤드류의 손에 건네주었다. 그는 말했다.  " 이걸로 뭐든지 만들어봐라, 앤드류. 뭐든지 네가 원하는대로."  주인은 앤드류가 작업하는 광경을 주의깊게 쳐다보았고, 마침내  만들어진 것을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그 이후로 앤드류는 책상 옆에  멍하니 서서 명령을 기다리는 일이 없어졌다. 대신 그는 가구  디자인에 관한 책을 읽도록 명령받았고, 결국 장롱과 책상 따위를 멋지게  만들어내게 되었다.   주인은 말했다.  " 이건 정말 훌륭한 작품들이다, 앤드류."  앤드류는 말했다.  " 저는 이런 걸 만드는 것이 즐겁습니다, 주인님."  " 즐겁다고 ? "  " 이런 일들은 제 두뇌 회로의 흐름을 더 빠르고 쉽게  해  줍니다. 저는 주인님께서 '즐겁다'라고 말하시는 것을 들었고, 그  말을  하실 때의 상황은 제가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이  즐겁습니다, 주인님."  3.  제랄드 마틴은 앤드류를 [합중국 로봇 및 기계 인간]  회사의  지역 사무실로 데려 갔다. 지방 의회 의원인 마틴은  수석  로봇심리학자와 면담기회를 갖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사실 마틴은 그  지역에서 로봇을 가진 단 한명뿐인 의원이었다. 그 시대에는 아직 로봇이  귀한 존재였던 것이다.  당시 앤드류는 그 모든 일들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많은 배움을 쌓은 뒤 지나간 추억들을 다시 되새겨보면서 비로소 올바른 안목으로 그 때 일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로봇심리학자 머튼 맨스키는 눈썹을 모은 채, 책상위를  또닥거리던 손가락을 적어도 한 번은 멈춰가면서 마틴의 얘기를  들었다.  찡그린 얼굴과 주름살이 그어진 이마는 그를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게 했다.  그가 말했다.  " 로봇 공학이란 그렇게 엄밀한 학문은 아닙니다, 마틴 씨.  자세히 설명드릴 순 없지만 양자 두뇌를 구성하는데 바탕이 되는 수학 이론은 너무 복잡해서, 예상할 수 있는 결과래야 그저 두루뭉실한 근사치밖엔 얻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세 가지 법칙은 분명히 저희들이 입력해 놓았으니까 변할리는 없습니다. 물론 원하신다면 이 로봇의 두뇌를..."  " 아아, 아닙니다. 로봇의 두뇌가 불만스럽다는 게 아닙니다.  그는 명령한 일을 완벽하게 해 냈어요. 문제는, 그가 나무를 아주 정교하게 깎았는데 똑 같은 무늬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예술가처럼 작업을 한단 말이에요."  맨스키는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 이상하군요. 최근 우리는 두뇌회로를 표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중인데...정말로 로봇이 창조적인 일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 직접 보십시오."  주인은 둥그런 나무조각을 건네주었다. 그 작은 나무조각 표면엔 소년소녀들이 뛰어 놀고 있는 운동장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너무  작아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세부적인 묘사는 정확했고, 조각한 듯한 나뭇결 무늬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맨스키가 말했다.  " 이걸 그가 만들었다고요 ?"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나무조각을 다시 돌려주었다.  " 어쩌다 그런 겁니다. 아마 그의 회로 어딘가에 기억돼 있던  모습일 거에요."  " 이런 로봇이 또 있을까요?"  " 아마 없을 겁니다. 한 번도 보고받은 적이 없어요."  " 거 잘됐군요 ! 나는 앤드류가 유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 로봇을 다시 반품시켰으면 좋겠군요. 우리가 연구를 좀 해 봐야겠습니다."  주인은 갑자기 무뚝뚝해지며 말했다.  " 허락할 수 없소. 잊어버리시오."  그는 앤드류에게 말했다.  " 자, 집으로 돌아가자."  " 네, 주인님 좋으실대로요."  4.  큰아씨는 남자아이들과 데이트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제 앤드류의 상대는 주로 작은 아씨였다. 더 이상 호칭처럼 '작은' 아씨가 아니었지만. 그녀는 앤드류가 처음으로 깎아 준 나무 목걸이를 결코 잃어버리지 않았다. 가느다란 은실에 꿰어다가 언제나 목에 걸고 다녔다.   앤드류가 만든 목공예품들을 남에게 줘 버리곤 했던 주인에게  처음으로 반발한 것은 작은 아씨였다. 그녀는 말했다.  " 아이 참, 아빠. 누구든지 그걸 갖고 싶다면 값을  치르라고  하세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쟎아요."  "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맨디야."  " 우리가 아녜요, 아빠. 예술가를 위해서에요."  앤드류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사전을  찾아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주인과 여행을 했다. 이번에 만나러 간  사람은 주인의 변호사였다.  주인이 그에게 말했다.  " 어떻게 생각하시오, 존 ?"  존 페인골드 변호사는 흰 머리에 배가 불룩하고 땅달막한  사람이었다. 눈에는 연한 녹색의 콘택트 렌즈를 끼고 있었다. 그는 주인이  건네 준 나무장식물을 살펴보았다.  " 아름답군요...얘기는 들었어요. 당신 로봇이 만들었다지요 ? 당신이 데려 온 이 로봇이."  " 그렇습니다. 앤드류가 만들었지요. 안 그래, 앤드류 ?"  " 그렇습니다, 주인님."  " 당신은 얼마나 값을 쳐 주시겠소, 존 ?"  " 글쎄,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저는 목각품 수집가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 그 조그만 것을 250달러에 사겠다는 제의가 있었다면  믿으시겠소 ? 앤드류가 만든 의자들은 500달러씩에 팔리고 있어요. 이제까지 앤드류가 벌어들인 돈이 20만 달럽니다."  " 오오 ! 당신을 갑부로 만들었군요, 제랄드."  " 절반은 그렇죠."  주인은 말했다.  " 나는 그 돈의 절반을 앤드류 마틴의 이름으로 예금해 두었소."  " 로봇 말입니까 ?"  " 맞았소. 그리고 난 그게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지 알아보러 온  거요."  " 법적인 하자가 없냐고요 ? "  페인골드가 뒤로 기대면서 의자가 삐걱거렸다.  "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요, 제랄드 씨. 당신 로봇은 필요한 서류에 어떻게 서명을 했소 ?"  " 그는 자기 이름을 쓰고 나는 그 서명을 은행으로 가져갔소.  그를 직접 데려가지 않고. 내가 더 할 일이 있습니까 ?"  " 으음."  페인골드의 눈동자가 잠시 눈 안쪽으로 돌아간 듯이 보였다. 그러더니 그가 말했다.  " 에에, 그의 이름으로 된 돈을 신탁 재산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를 흑심을 품은 사람들로부터 보호할 수 있지요. 그 밖에는 달리 조언을 드릴게 없습니다. 그렇게하면 아무도 당신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테니까요. 만약 누구든 반대한다면, 정식으로 소송을  걸라고 하십시오."  " 만약 소송이 들어오면 사건을 맡아주시겠소 ?"  " 보수만 충분하다면, 물론이죠."  " 얼마나 원합니까 ? "  " 뭐 이 정도가 되겠지요."  페인골드는 나무장식을 가리켰다.  " 적당한 것 같군요."  주인이 말했다.  페인골드는 싱글벙글하는 표정으로 앤드류를 돌아보았다.  " 앤드류, 돈을 가지니까 기분이 좋나 ? "  " 네, 그렇습니다."  " 그걸 가지고 뭘 할텐가 ? "  "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걸 사지요. 주인님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겁니다."  5.  돈 쓸 기회는 찾아왔다. 앤드류의 몸은 계속 정비를 해 줘야  한다. 수리비는 비쌌고 더 좋은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더욱 비쌌다.  해가 갈수록 새로운 모델의 로봇들이 속속 나왔고, 주인은 앤드류를 언제까지나 독보적인 기계 인간의 전형으로 남기기 위해 최신 부속품으로 갈아 끼워주었다. 그 모든 비용은 앤드류가 치뤘다.  앤드류가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의 양전자 두뇌만큼은 절대로 손대지 않았다. 주인이 그렇게 원했기 때문이었다.  " 새로 나오는 것들도 너 같이 뛰어난 건 없어, 앤드류."   그는 말했다.  " 새로 나오는 로봇들은 죄다 형편없어. 로봇 회사는 회로를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 코를 좀 더 사람 모습과 가깝게  만들고,  발자국이 좀 더 깊어지게 만들기만 했지. 새 로봇들은 생각을 바꿀 줄 몰라. 그저 처음에 설계된 대로만 움직이지 다른 길은 모른다구. 난  네가  더 좋다."  " 고맙습니다, 주인님."  " 그리고 그게 너의 할 일이다, 앤드류. 절대로 잊지 마.  맨스키가 너를 뜯어봤다면 분명히 표준화된 양자두뇌로 바꿔버렸을 거야. 그 사람은 뭐든지 예측불허인 것을 싫어하니까... 그 사람이 너를 연구하게 해 달라고 몇 번이나 졸라댔는지 알아 ? 자그마치 아홉 번이라구 ! 그래도 난 단호하게 거절해 왔지. 이제 그는 은퇴했으니 우리도 좀 편해진 셈이야."  마찬가지로 주인의 머리결도 가늘어지고 회색이 되었으며 볼의 피부도 늘어졌지만, 앤드류는 오히려 처음 그 집에 올 때보다  더  상태가 좋아 보였다.  마님은 유럽의 어느 예술가들 집단부락으로 들어갔고, 큰아씨는  뉴욕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가끔 편지를  썼지만  어쩌다 한번씩일 따름이었다. 작은 아씨는 결혼해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앤드류와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이가 태어나면, 즉 작은 주인이 생기면 젖병을 앤드류에게 주고  양육을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인의 손자가 태어나자 앤드류는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가 생겼다고 느꼈다. 앤드류는 이제 주인에게 요구를 하는 것도 그리  부당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앤드류는 말했다.  " 주인님, 제 돈을 제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건 원래 너의 돈이지, 앤드류."  " 주인님의 너그러운 배려 덕분에 갖게 된 것이지요.  주인님이  그 돈을 모두 가지셨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 법이 내 양심을 가려 줄 수는 없다, 앤드류."  " 그 모든 수선비용과 세금을 제하고도, 주인님, 저는 아직 60만 달러 가까이 가지고 있습니다."  " 나도 알고 있다, 앤드류."  " 그걸 주인님께 모두 드리고 싶습니다, 주인님."  " 난 그 돈을 받고싶지 않다, 앤드류."  " 주인님께서 제게 주실 수 있는 무엇과 바꾸고 싶습니다, 주인님."  " 오 그래 ? 그게 무엇이지, 앤드류 ? "  " 저의 자유입니다, 주인님."  " 너의 - "  " 저는 자유를 사고 싶습니다, 주인님."  6.  쉬운일은 아니었다. 주인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말했다.  " 맙소사 !"  그는 돌아서서는 성큼성큼 걸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를 완강하게 설득하여 다시 앤드류의 앞으로 데리고 온 것은 작은 아씨였다. 지난 30년 동안 그 누구도 앤드류의 앞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앤드류를 의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앤드류가 화제에 들어있건없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단지 로봇일 뿐이다.  그녀는 말했다.  " 아빠, 왜 그걸 개인적인 모욕이라고 생각하세요 ? 그는 계속 우리 집안에 머무를 거예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충직하게 봉사할 거란 말이예요. 그럴 수 밖에 없다구요. 머리가 그렇게 되어 있는걸요. 그가 원하는 건 단지 말 뿐이에요. 자유롭다고 불리워지기만 하면 족해요. 그게 그렇게 언짢으세요 ? 그가 했던 일이 그 정도 값어치는 되지  않아요 ? 아이 참, 그와 나는 몇년 동안 이 얘기를 해왔단 말이에요."  " 그런 얘기를 몇 년 동안이나 해 왔다고 ? "  " 네, 그래요. 하고 하고 또 했었죠. 그는 진작부터 그 얘길 꺼내려다가 아빠한테 충격을 줄까봐 계속 미루어 왔어요. 그 얘길 하라고 부추긴 건 저에요."  " 그는 자유가 뭔지 몰라. 그는 로봇일 뿐이야."  " 아빠, 아빠는 그를 잘 모르고 계세요. 그는 우리집에  있는  책을 죄다 읽었어요. 제가 아빠의 생각이 어떤지 들여다볼 수 없는  것처럼 그가 뭘 생각하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와 얘기를 나누실  때면  그가 아빠나 저처럼 다양하고도 추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걸 보지  못하셨어요 ? 왜 그런 생각을 안 해 보셨어요 ? 그가 대화도중에 아빠하고  똑 같은 식으로 반응한다면, 더 이상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쟎아요."  " 법이 허용하지 않을 거다."  주인은 성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 자, 이것 봐, 너 ! "  그는 앤드류를 향해서 거칠게 말했다.  " 난 법대로 하지 않고서는 널 자유롭게 해 줄 수 없어. 그리고  만약 법정에 서게 된다면, 너는 자유뿐만 아니라 네 돈에  대한  권리도 잃게 될 거다. 그들은 네게 말할거야. 로봇은 돈을 벌 권리가 없다고. 그런 시시껄렁한 짓거리를 하다가 네 돈을 전부 잃고 싶으냐 ?"  " 자유는 값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주인님."  앤드류는 말했다.  " 자유를 얻을 기회만으로도 제가 가진 돈  만큼의  가치가  있습니다."  7.  자유의 값을 따질 수 없는 것은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판사들도 금전적인 가치를 매길 수는 없지만, 그러나 로봇이 자유를 사들이기에는 너무나 비싼 듯 했다.  앤드류의 자유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지방 검사가 한  말은 간단했다.  '[자유]라는 말을 로봇에게는 적용시킬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그는 이 말을 천천히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자신의 말이 옳다는 것을 강조하듯 책상위에 놓인 손이 단어 하나하나를 말할  때마다  아래 위로 흔들렸다.  작은 아씨는 앤드류를 대신해서 발언권을 요청했다. 앤드류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던 그녀의 성명이 불리워졌다.  " 아만다 로라 마틴 체니는 발언석에 서도 좋소. "  " 감사합니다, 판사님. 저는 변호사도 아니고 정확한  법률  용어도 모르지만, 제가 드릴 말씀에서 적당하지 않은 용어는 무시하시고 단지 말씀드리고자 하는 참 뜻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앤드류에게 자유란 과연 무슨 의미인가를 이해하도록 해 보세요. 보기에 따라서는 그는 지금 자유로워요. 적어도 지난 20년 동안 우리 가족들 중 그 누구도 앤드류가 자발적으로 하지 않을 일을 명령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한다면 어떤 명령이든 그에게 내릴 수 있어요.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엄하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기계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변함없이 성실하게 봉사하면서 더구나 막대한 돈까지 우리에게 벌어다  주었는데, 왜 우리가 그런 일방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건가요 ? 그가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설사 우리가 앤드류를 그런 강제적인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자발적으로 우리에게 봉사하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를 자유롭게 해 준다는건 단지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에요. 그러나 그것이 앤드류에게는 대단한  의미를 갖는 겁니다. 그는 원하는 걸 모두 얻게 되지만 우리가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구요."  판사는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를 참고 있는듯이 보였다.  "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체니 부인. 본 사건의 경우는 적용할 수 있는 관련 법조항도, 그리고 판례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인간만이 자유를 향유할 수 있다는 묵시적인 가정이 있지요. 상급  법원에서 기각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법 조항을  만들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섣불리 우리의 묵시적인  가정에  반하는 판결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로봇에게 말하겠습니다, 앤드류 ! "  " 네, 판사님."  앤드류는 법정에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고 판사는 그의 목소리가  사람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것에 저으기 놀란 모양이었다.  " 너는 왜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 앤드류 ? 그것이 왜 너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는 것이지 ?"  " 노예가 되고 싶으신 적이 있습니까, 판사님 ?"  " 그러나 넌 노예가 아니야. 넌 아주 훌륭한 로봇이야. 내가 보아온 것 중에서 가장 똑똑한 로봇이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예술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로봇이야. 네가 자유로워진다면, 그 밖에 또 무엇을 할 수 있지 ?"  "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판사님.  그러나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지요. 이 법정에서는 오직 인간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직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저는 자유를 원합니다."  판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말이었다. 그는 판결을 내렸다.  " 자유라는 개념과 자유로운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만큼 진보된  정신을 가진 존재라면 그게 무엇이든지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판결은 마침내 최상급 법원인 [세계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졌다.  8.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 주인의 새된 목소리는 앤드류로 하여금 마치 두뇌회로가 누전된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주인은 말했다.  "  난 네 돈 따윈 갖고 싶지 않다, 앤드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자유를 느끼지 못한다니까 받는 것일 뿐이야. 이제부터는 네가  직업도 선택하고 네 하고 싶은 일은 맘대로 해라. 난 더 이상 네게 명령을 내리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만 빼고. 그렇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너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내가 지게 된다. 그건 알아주었으면 좋겠군."  작은 아씨가 끼어들었다.  " 그렇게 성난 목소리로 말하지 마세요, 아빠. 그 책임이라는 건 대단한 게 아니쟎아요. 앞으로 신경쓰실 일은 없을 거예요. 로봇 공학의 세 가지 법칙이 있으니까요."  " 그러면 어째서 그가 자유롭다는 거냐 ?"  앤드류가 말했다.  " 인간도 자신들의 법칙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주인님 ?"  " 논쟁하고 싶지 않다."  주인은 자리를 떴고, 앤드류는 주인의 뒷모습을 잠시 쳐다볼 뿐이었다.  작은 아씨는 종종 앤드류가 살고 있는 작은 집을 방문하곤 했다. 앤드류를 위해 지어진 그 집에는 물론 부엌도 욕실도 없었다. 단지 도서실과 작업실 겸 창고, 이렇게 방 두 개 뿐이었다. 앤드류는 그 전보다 훨씬 많은 주문을 받아서 열심히 일했다. 그의 집이 완전히 그의 소유가 될 때까지 돈을 열심히 벌었다.  어느 날 작은 주인이, 아니 조지가 왔다. 작은  주인은  법정에서의 판결 이후 자신을 절대로 작은 주인이라 부르지 못하게 했다.   " 자유로운 로봇은 누구에게든 주인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어. 난 너를 앤드류라고 부를테야. 넌 나를 조지라고 불러."  그의 말은 명령처럼 들렸으므로 앤드류는 그를 조지라고 불렀다. 그러나 작은 아씨는 언제까지나 작은 아씨였다.  어느 날 조지가 혼자 왔다. 그는 주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아씨는 임종을 지키고 있지만 주인은 앤드류도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주인은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소리는 아주 컸다.   " ...앤드류.."  그는 가까스로 손을 쳐들었다.  "...앤드류...조지야, 손 치우거라... 난 죽어가고 있을  뿐이야... 장애자가 아니다....앤드류...네가 자유로워서 나도 기쁘다. 이  말을 네게 하고 싶었다."  앤드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죽어가는 사람 곁에 있어본 적이 없었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사람이 기능을 완전히 정지하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또한 자발적인 의사와는 상관없는 것이고 거역할 수도 없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앤드류는  그럴 때 무슨 말을 해야 적당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작은 아씨가 입을 열었다.  " 아빠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네게 마음을 여시지 않은  것  같구나, 앤드류. 그러나 너도 알다시피 그는 늙었고, 네가 자유를 원한다는 사실이 끝까지 그 분의 마음에 앙금으로 남았던 모양이야."  마침내 앤드류는 할 말을 찾아 냈다. 그는 말했다.  " 주인님이 안 계셨더라면 저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작은 아씨."  9.  앤드류가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은 주인이 죽은 직후부터였다. 처음에는 조지가 준 낡은 바지를 입었다.  조지는 결혼을 해서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페인골드의 사무실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 옛날의 페인골드 변호사는 오래  전에 죽었지만 그의 딸이 가업을 물려받아 마침내 사무실 이름은  [페인골드 앤드 마틴]이 되었다. 그 딸도 나중에 퇴직하고 마침내 페인골드 집안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지만 이름은 그대로  남았다.  앤드류가 처음 옷을 입었던 때는 법류사무소 이름에 '마틴'이 막 추가되었던 시기였다.  조지는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앤드류가 처음으로  옷을  입은 채 조지를 바라보았더니 얼굴에 가득한 웃음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조지는 바지의 정전기를 솜씨좋게 다루면서 양 다리를 집어넣고, 바지를 끌어올리고, 허리띠를 차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앤드류도  자기 바지를 가지고 따라했지만, 조지의 동작 하나하나를 그대로  흉내내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조지가 말했다.  " 근데 왜 바지를 입으려는 거지, 앤드류 ? 네 몸은 아주  아름다워서 그걸 가리면 오히려 누추해 보일텐데. 체온을 조절할 필요도  없고 뭐 그렇다고 부끄러워서 가리려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야. 게다가 옷은 금속제 몸뚱이에선 자꾸 흘러 내릴텐데."  " 인간의 몸은 아름답지 않나요, 조지 ? 그래도 당신은  옷을  입지요."  " 몸을 따뜻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하려고 입지. 보호하기 위해, 또 장식하는 의미도 있지만 너는 그런 게 필요없쟎아."  " 옷이 없으면 벌거벗은 느낌이 듭니다. 느낌이 달라요, 조지."  " 느낌이 다르다고 ! 앤드류, 지구상에는 수 백 만의 로봇이  있어. 이 지역에만 해도 지난 번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로봇이 있다구."  " 압니다, 조지. 모든 종류의 작업에 적합한 로봇들이 일하고  있지요."  " 그리고 그 중에 옷 입은 로봇은 하나도 없어."  " 그러나 그 중에 자유로운 로봇도 하나 없지요, 조지."  한 벌 두 벌 앤드류는 옷을 모았지만, 그는 조지의  웃음과  주문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   그는 자유롭긴 했으나 그의 두뇌에는 사람들에 대한 행동을  주의하도록 섬세하게 조정된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묘한 판단에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 않다면 다시  옛날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앤드류를 자유로운 로봇으로 봐  주지는  않았다. 그는 화를 낸다는 것을 몰랐고 아직도 적대적인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할 때면 논리 회로가 곤란을 겪었다.   앤드류는 될 수 있으면 옷을 입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작은  아씨가 방문할 때는 예외였다. 그녀는 이제 늙었고 무더운 계절에는 별장으로 가 있을 때가 많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처음 하는 일은 앤드류를 찾아 오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들이 휴가에서 돌아온 뒤, 조지가 와서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 앤드류, 난 내년에 의회 의원에 입후보하게  됐다.  외할아버지처럼.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외손자는 외할아버지를  따라야  한다시는구나."  " 외할아버지처럼 --"  앤드류는 말을 멈추었다. 뭔가 뭔지 모르겠다.  " 외손자는 바로 나, 조지를 말하는 거야.  외할아버지는  돌아가신 너의 주인님이고. 그 분도 한때 의원이셨지."  " 기쁜 일입니다, 조지. 주인님께서 아직도 --"  그는 말을 중단했다. '작동하고 계신다면'이라는 말은 아무래도  부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살아계신다면."  조지가 말했다.  " 그래, 난 이따금 옛날의 괴물 할아버지를 생각하곤 하지."  그날 대화는 앤드류가 되새겨 봐야만 했다. 조지와 얘기할 때는  자신의 어휘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처음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던 어휘들보다는 많이 늘었다. 그런데 조지는  주인이나 작은 아씨보다도 더 많은 구어체 표현을 사용한다. 적당하지  않은 말임이 분명한데 왜 조지는 주인을 '괴물'이라고 불렀을까 ?  앤드류는 책을 뒤적여 봤지만 소용없었다. 책들은 대부분 낡았고 주로 목재 가공이나 예술, 가구설계에 관한 것들이었다. 언어에 관한 것이나 인간들에 관한 것은 별로 없었다.  필요한 다른 책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자유로운 로봇인 만큼, 조지에게 도움을 청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시내로 나가서 도서관을 이용하면 될 것이다. 그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두뇌회로에서 전위차가 증가하는 것을  느끼고 조정 코일을 끼워넣었다.  앤드류는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었다. 자신이 만든 나무 목걸이까지 목에 걸었다. 반짝거리는 플라스틱 목걸이가 더 좋았지만  조지  말에 따르면 나무목걸이가 더 어울리고 가치도 있다.  그는 집에서 나와 50미터 쯤 걸어가다가 두뇌회로의 저항이  증가한 것을 느끼고 멈추어 섰다. 머리에서 조정 코일을 다시 빼 내었다.  이제 전위차는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백지 한 장에다 '도서관에 갔습니다'라고 쓴 뒤 작업대 위에  펼쳐 놓았다.  10.  앤드류가 처음부터 곧장 도서관을 정확하게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도를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길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길거리 풍경은 알지 못했다. 지도에 표기된 것과 거리의  이정표와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망설였다. 마침내 낯설기만한 풍경들 속에서 잘못된  길로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때때로 야외에서 일하는 로봇들을 지나쳐 갔다.  그러나  막상 그들에게 길을 물어 봐야겠다고 결정하고나자, 주변에 로봇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차 한대가 그의 옆을 지나쳐 갔다. 그는 어쩔 줄을 모르고 서 있었다. 앤드류로서는 꼼짝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는  얘기다. 그 때 사람 두 명이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 왔다.  앤드류가 얼굴을 돌려 그들을 쳐다보자 그들은 앤드류 쪽으로  방향을 바꿔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떠들썩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앤드류는 그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조용했다.  인간들이 흔히 나타내는 의혹의 표정을 하고 다가오는  그들은  젊었다. 그러나 아주 젊지는 않다. 한 스무 살 쯤 되었을까 ? 앤드류는 인간들의 나이를 잘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앤드류는 말했다.  " 죄송합니다만, 시립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 "  둘 중 키가 큰 사람은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 모자도 꼭지가  높아서 전체적으로 그 사람을 기괴하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러나 앤드류한테 한 것은 아니었다.  " 로봇이야."  뭉툭한 코에 두꺼운 눈꺼풀을 단 다른 사람이 말했다. 역시  앤드류에게 한 것은 아니었다.  " 옷을 입고 있쟎아."  꺽다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 그 자유 로봇이야. 마틴 일가에서 가지고 있다가 자유롭게 해  주었다는 그거야. 근데 왜 옷을 입고 있지 ?"  " 물어 봐."  뭉툭코가 말했다.  " 니가 마틴의 로봇이냐 ?"  꺽다리가 말했다.  " 저는 앤드류 마틴입니다."  " 좋아, 옷을 벗어. 로봇은 옷을 입지 않아."  그는 자기 친구에게 얘기했다.  " 메스꺼워서 못 참겠군. 이 놈을 좀 봐."  앤드류는 망설였다. 그는 그렇게 강경한 어조의 명령을 들어본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두 번째 법칙이 담긴 회로가 잠시 혼란을 일으켰다.  꺽다리가 말했다.  " 옷을 벗어. 너한테 명령하는 거야."  천천히 앤드류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꺽다리가 말했다.  " 바닥에 버려."  뭉툭코가 말했다.  " 지금 이 놈의 임자가 없다면 우리가 가져도 상관없쟎아."  " 그야 뭐, 누가 뭐라 그러겠어 ? 이 놈을  부수겠다는  것도  아닌데...물구나무 서."  마지막 말은 앤드류에게 한 것이었다.  " 물구나무는 --"  " 이건 명령이야. 만약 할 줄 모르면, 하려고 노력이라도 해 봐."  앤드류는 다시 망설이다가 머리를 땅에 대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하늘로 치켜들었다가 이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꺽다리가 말했다.  " 그냥 누워 있어."  그는 뭉툭코에게 말했다.  " 이걸 분해해 보자. 로봇 분해해 본 적 있어 ?"  " 이게 가만 있을까 ?"  " 가만 있지 않으면 ?"  만약 그들이 앤드류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한다면, 앤드류는  그들의 행동을 막을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세 번째 법칙은 복종의 의무를 규정한 두 번째 법칙보다 우선권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분해하려는 그들을 다치지 않고서 말릴 수는  없었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말리려 할 경우 그것은 첫 번째 법칙을 깨뜨리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의  두뇌  회로가 앤드류의 몸에서 힘을 뺐고, 그는 와들와들 떨면서 그 자리에 그냥 누워 있어야만 했다.  꺽다리가 다가와서 발로 그의 몸을 밟아 눌렀다.  " 무거운데, 그나저나 연장이 있어야지."  뭉툭코가 말했다.  " 이 놈더러 직접 자기 몸을 분해하라고 하면 되쟎아. 그걸 보고 있는게 더 재미있을 걸."  " 그렇군."  꺽다리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 그 전에 도로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옮기자구.  누가  지나가다가 보면 --"  이미 늦었다. 정말로 누가 오고 있었다. 조지였다.  앤드류가  누운 채로 돌아보니 조지가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앤드류는 그에게 신호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러나 마지막 명령은 '그냥 누워 있어 ! ' 였다.  조지는 숨이 가쁘도록 뛰어왔다. 두 젊은이는 약간 뒤로 물러난  채 긴장된 표정으로 조지를 바라보았다.  조지가 다급하게 물었다.  " 앤드류, 뭐 잘못된 것 없니 ? "  " 나는 괜찮습니다, 조지."  " 그럼, 일어 나. 옷은 어쨌어 ?"   꺽다리가 말했다.  " 맥, 이 로봇 당신 거요 ?"  조지는 휙 돌아보며 말했다.  " 앤드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지 ? "  " 옷을 좀 벗어보라고 얌전히 부탁했죠. 당신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상관이요  ?"  " 앤드류, 이 자들이 무슨 짓을 했지 ? "  " 제 몸을 분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듯 합니다. 조용한 장소로  옮겨서 제 스스로 제 몸을 분해하라고 명령하려 했습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조지의 얼굴 피부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위축된 자세가 아니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꺽다리가 천천히 말했다.  " 왜 그러는 거요, 땅딸보 양반 ? 우리한테 덤비겠다는 거요 ?"  " 천만에. 그럴 필요는 없지. 이 로봇은 70년이 넘도록 우리 집안에서 함께 지내왔다. 우리 식구들을 그 누구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너희 두 녀석이 내 생명을 위협한다고, 날 죽이려고  덤빌거라고 말하겠다. 그에게 나를 보호하라고 명령하겠어. 그가 나와  너희 두 녀석 중에서 누구를 택할까 ? 물론 나지. 그가 너희들을 공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겠나 ?"   두 사람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불안한 기색이었다.  조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 앤드류, 난 지금 위험에 빠져 있다. 이자들이 날 해치려 하고  있어. 이 놈들에게로 가라 !"  앤드류는 명령대로 했고, 두 젊은이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쏜살처럼 달아나 버렸다.   " 됐다, 앤드류. 이제 안심해도 돼."  그렇게 말하는 조지는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혼자서 두 사람의 젊은이를 상대로 난투극을 벌이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 있었다.  " 나는 그들을 다치게 할 수 없습니다, 조지. 그들은 당신을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 난 그 녀석들을 공격하라고 하진 않았어. 단지 그 놈들한테로  걸어가라고 했지. 그 다음엔 제풀에 겁을 집어먹은 그놈들이 알아서  한 거야."  " 어떻게 로봇에게 겁을 먹을 수 있습니까 ? "  " 그건 아직까지 아무도 고치지 못한 인간들 모두의 병이지. 아무튼 이젠 더 이상 신경쓰지 마. 대관절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앤드류 ? 헬리콥터를 빌려 타고 너를 찾아다녔어. 도서관에 가겠다는 생각은 왜 했지 ? 난 네가 원하는 책은 뭐든지 가져다 줄 텐데 말이야."  " 나는 --"  " 그래그래, 너는 자유 로봇이야. 좋다구.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보고 싶은 거지 ?"  " 인간에 대해, 세계에 대해, 그 모든 것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로봇에 대해서도요, 조지. 나는 로봇의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 좋아,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옷을 다시 입자구.  앤드류, 로봇에 대한 책은 엄청나게 많아. 그리고 그 모두 다 로봇 공학의  역사를 담고 있지. 세상은 로봇 뿐만 아니라 로봇과 관련된 정보들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앤드류는 머리를 흔들었다. 최근에 구사하기 시작한 몸짓이었다.  " 로봇 공학의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조지. 로봇의  역사입니다. 로봇이 쓴 로봇의 역사입니다. 나는 지구상에서 최초의 로봇이 일하기 시작한 이래, 세상 일들에 대해서 로봇이 어떻게 느끼는 가를 설명하고 싶습니다."  조지의 눈썹이 올라갔지만, 그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11.  작은 아씨는 막 여든 세 번째 생일을 보낸 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정열과 결단력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았다. 애용하는 지팡이는  몸을 지탱하기보다 얘기하면서 휘두를 때가 더 많았다.  그녀는 대단히 노한 얼굴로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 조지야, 끔찍한 얘기구나. 그 애송이 깡패들이 누구더냐 ? "  "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상관없지 않아요 ? 결국 아무런 나쁜 짓도 못 했으니까."  " 그냥 놔 뒀으면 했겠지. 조지야, 넌 변호사이지. 네가 잘 되는 것은 전부 다 앤드류의 덕인 줄 알아라. 그가 벌어준 돈이 우리  집안의 바탕이 되었다. 그는 변함없이 우리 집안에 충실했어. 나는 그를 갖고 놀다가 고장나버린 장난감처럼 취급하지는 않을 게다."  "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어머니 ?"  " 넌 변호사라고 말했지. 듣고 있냐 ? 이번 기회에  판례를  남겨야 된다. 지방 법원에다 로봇의 권리를 명시하는 법조항을  만들고  그걸 의회에서 통과시켜야만 해. 그리고 필요하다면 [세계 대법원]까지  가지고 가야 된다. 알겠니 ? 계속 지켜 볼 거다, 조지야. 얼렁뚱땅 처리하는 건 내가 용서 못한다."  그녀는 심각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늙은 부인은 법적으로 확실한 조치가 취해져야만 마음을 놓을  것  같았다.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의 소장인 조지는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전략을 짜기 시작했지만 그 실제적인 집행은 사무소에 소속된 변호사들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 일들 중에서 많은 부분은 조지의  아들인 폴의 몫이었다. 폴은 사무소의 업무에 대해 거의 매일같이  할머니에게 충실하게 보고를 올렸고, 그러면 이번에는 할머니가 앤드류와 하루도 빠짐없이 토론을 했다.  앤드류는 매우 열심이었다. 로봇의 역사를 집필하는 그의 작업도 연기되었다. 그는 법적인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데 열심이었을  뿐 아니라, 때때로 획기적인 제안을 내 놓기도 했다.  앤드류는 말했다.  " 조지가 그날 제게 말하기를 사람들은 모두 로봇에게 겁을  집어먹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원이나 의회에서 로봇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할 리가 없습니다. 일반인들의 여론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 "  그래서 폴이 법정에 있는 동안에, 조지는 대중들을 상대로 연설하기로 했다. 변호사인 조지로서는 비공식적인 자리에 나간다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는 농담삼아 '주름치마'라고  부르곤  하는 느슨하고 편한 복장을 즐겨 착용하고 다녔다.  폴이 말했다.  " 아버지, 그 옷은 입지 않으시는 게 좋겠어요. 그 옷을 입고  사람들 앞에 서시면 별로 보기 안 좋아요."  조지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 그래, 알겠다."  어느 날 조지는 홀로그램 뉴스 편집자들의 연례 모임에 나가서 연설을 했다. 그가 한 말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다.  " 제 2 법칙에 따르면, 인간을 해롭게 하는 행위만 제외하고 우리는 어떤 명령이라도 로봇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인간이라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누구라도, 로봇에게 절대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어떤 로봇에게라도 말입니다. 제 2 법칙은 제 3 법칙에 항상 우선하기 때문에 로봇은 인간의  명령이라면 그 누구의 것이든 반드시 따라야만 하고, 따라서 그럴 경우에는  로봇이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제 3 의 법칙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여하한 이유에서든 인간은 로봇에게 자해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심지어는 자살 -- 물론 로봇의 자살이지요 -- 하라는 명령도 내릴 수 있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것은 여하한 이유가 없더라도, 즉 그냥 심심해서 그런 명령을 내리더라도 로봇은 복종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지요.  이게 과연 정당한 것입니까 ? 우리는 동물을 다룰 때도  이렇게까지는 안 합니다. 아무리 생명이 없는 존재지만, 우리에게  봉사하는  그 엄청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로봇도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자격은  있습니다. 그리고 로봇이라고 해서 아무런 감각이나 감수성이 없는 쇠덩어리가 아닙니다. 동물과는 또 달라요. 로봇은 우리들과 같이  얘기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심지어는 농담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와 많은 일을 함께하는 그들을, 친구처럼 대할 수는 없는  것인가요 ? 아주 작은 조각이나마 우정의 일부분을 떼어주고,  일의  보람도 같이 나눌 수는 없는 건가요 ?   우리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라고 하지 않는 이상 로봇에게 어떤 명령이라도 내릴 권리가 있다면, 마땅히 로봇에게 해가 되는 명령은  내리지 않아야 할 도리 또한 지켜야 합니다. 물론 인간의  안전이  우선할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행사할 수 있는 힘이 크면 클수록 그에 따르는 책임도 큰 것입니다. 인간을 위해 로봇이 지켜야 할  철칙이  세 가지라면, 인간에게도 로봇을 위해 한두 가지는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 과연 지나친 요구일까요 ? "  앤드류가 옳았다. 일반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은 결국 법원과 의회에서 내리는 결정에도 영향을 끼쳤고, 마침내 이유없이  로봇에게  해가 되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금지한다는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법적 효력을 갖거나 심지어 그 행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적어도 이제 원칙은 세워진 것이다. [세계 의회]에서  결의안을 최종적으로 선포한 날, 작은 아씨는 숨을 거두었다.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었다. 작은 아씨는 가냘프게 한 숨 한 숨 지탱해가며 의결 과정을 지켜보다가 마침내 마지막 소식을 듣고서야  안심하고 눈을 감은 것이다. 그는 임종 순간에 앤드류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 넌 우리에게 정말 잘해 주었어, 앤드류."  아들 내외와 손자녀들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아씨는 앤드류의 손을 꼬옥 쥔 채 숨을 거두었다.  12.  접수 계원이 사무실 안으로 사라지고 난 뒤 앤드류는 참을성있게 계속 기다렸다. 처음에 손님을 상대했던 것은 분명 입체영상이었고 실제로는 아무도 -- 사람은 물론, 로봇도 -- 없는 '무인접대기'인 것이다. 흔히들 로봇 손님을 상대하는 방법이다.  앤드류는 그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며 시간을 보냈다.  '무인'이라는 말은 물론 글자 그대로 '사람이 없는'이란 의미를 갖고 있지만, 이제는 '사람도 로봇도 없는'이라는 의미로 확대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 요즘같은 세상이라면 그 말이 가지는 사전적 의미도 인간과 로봇을 같이 은유한다고 할만큼 충분히 변하지 않았을까 ?  로봇의 역사를 저술하는 작업을 하면서 앤드류는 그와 같은  문제에 빈번하게 부딪치곤 했다. 그런 미묘하고 복잡한 일들을 글로 표현하느라 고심하는 사이에 앤드류의 어휘력은 월등하게 나아졌다.  이따금 누군가가 사무실 안쪽에서 나와 앤드류를 유심히 쳐다보았는데 그는 그런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앤드류도 담담한 눈길로  마주 쳐다보았고 그러면 상대방은 다시 들어가버리곤 했다.  마침내 폴 마틴이 나왔다. 그는 놀란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앤드류가 그의 표정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면.   폴은 얼굴에 짙은 화장을 했고, 입은 옷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애매모호할 정도로 야릇한 것이었다. 둥글둥글한 얼굴 선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을 한 폴은 날카롭고 강단지게 보였다. 앤드류는 불만스러웠다. 그는 입 밖으로 말을 내어 표현하지는 않아도 사람의 모습이 불만스럽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또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아무런  거북함을 느끼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왜 불만스러운지를 조목조목 따져서 글로 쓸 수도 있었다. 앤드류는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었고, 이전에는 불만을 느낀다는 일이 불가능했음도 잘 알고  있었다.  폴이 입을 열었다.  " 들어 와, 앤드류. 미안하군, 기다리게 해서. 뭘 좀 끝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야. 자, 들어 오라구. 네가 날 보고싶어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사무실로 오겠다는 줄은 몰랐지."  " 폴, 당신이 바쁘시다면 나는 계속 기다릴 수 있습니다."  폴은 벽의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잘 안 보였다.  " 아냐, 약간은 시간을 낼 수 있어. 혼자 왔나 ? "  " 무인자동차를 타고 왔습니다."  "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 "  폴은 약간 불안한 기색으로 질문을 던졌다.  "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나의 권리는 보호받고 있지요."  폴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 내가 설명해 주었을텐데. 로봇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은  강제적인 법률이 아니야. 적어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 네가 계속 옷을  입고 다닌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생기고 말 거야.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 그리고 그 때 뿐이었지요, 폴. 당신 기분을 나쁘게 해서 죄송합니다."  " 자 자, 이렇게 생각해 봐. 너는 사실상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야, 앤드류. 너 스스로 모험과 같은 행동을 하고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귀중한 존재라구...그나저나 쓰고 있는 책은  어떤가 ? "  " 거의 다 마쳤습니다, 폴. 출판사에서 아주 좋아하더군요."  " 거 참 잘됐군 ! "  " 그들이 정말로 책 내용이 좋아서 기뻐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로봇이 썼다니까 사람들이 호기심에서 많이 사보리라고 기대하는 것 같더군요.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런 이유 같습니다."  " 좋아하는 건 사람들 뿐 아닐까 ? 로봇들은..."  " 저는 상관없습니다. 아무튼 책이 많이 팔리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테니까 그걸로 충분합니다."  " 할머니가 너에게 남긴 -- "  " 작은 아씨는 참 너그러우신 분이었지요. 당신의 집안은  앞으로도 저를 변함없이 돌봐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제부터 하려는 일은 제 책의 인세 수입으로 충당할 것입니다."   " 이제부터 하려는 일이 뭔데 ? "  " 저는 [합중국 로봇 및 기계인간]회사의 사장과 만나 얘기하고  싶습니다. 이제까지 그 사람과 만날 약속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회사는 제가 책을 쓸 때도 협조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요."  폴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 협조라고 ? 기대할 게 따로 있지. 그 사람들은 우리가 로봇의  권리를 위해 결의안을 이끌어내느라 뛰어다닐때도 전혀 도와주지 않았던 작자들이야. 왜 그랬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 로봇에게 권리를 부여한다면 누가 로봇을 사려고 하겠어 ? "  " 그렇긴 합니다만, 만약 당신이 부탁한다면 저와 사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실 수 있을 겁니다."  " 나는 너보다 뭐 그렇게 더 유명한 사람도 아니야, 앤드류"  " 당신이 가서 [페인골드 앤드 마틴]법률사무소가 로봇의 권리 신장을 위해 일하던 종전의 방침을 바꾸었다고 생각하도록 얘기를 해 보십시오."  "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란 말인가, 앤드류 ?"  " 그렇습니다, 폴. 저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가서 얘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 아 그래, 너는 거짓말을 할 수 없지. 그렇지만 이건 나보고  거짓말을 하라고 부추기는 거쟎아, 안 그래 ? 가면 갈수록 사람을  닮아가는군, 앤드류."  13.  변호사로서의 명성이 꽤 알려져 있는 편인 폴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침내 [합중국 로봇 및 기계인간]회사의 사장 하레이  스미스-로버트슨이 상당히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의 어머니는 회사의 최초 설립자 가문이었으며 그 자신의 이름에 들어있는  이음표(하이픈)가 그런 혈통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이제 은퇴할 나이가  가까워진 그는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로봇의 권리와 관련된 일로 소비했다. 그는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에다  머리 윗부분에는 기름으로 잘 손질된 회색빛 머리를 얹고 나왔다. 앤드류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는 언뜻언뜻 적개심이 내비치고 있었다.  앤드류가 말했다.  " 약 일 세기 전에 저는 이 회사의 머튼 맨스키씨한테 얘기를  들었습니다. 양전자 두뇌회로를 구성할 때 적용하는 수학은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산출되는 결과도 근사치 밖에는 예측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두뇌의 용량이나 능력도 완전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 그건 일 세기 전의 얘기지."  스미스-로버트슨은 잠시 망설이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 아시겠소 ? 지금 우리가 만들어내는 로봇들은 아주 정확한 두뇌에다 제각기 할 일에 대해서만 숙달된 훈련을 받은 채 나온단 말이오."  " 그렇습니다."  폴이 대답했다. 그는 스스로의 말에 따르면 회사에서  정정당당하게 나오는지를 확인하려고 앤드류와 같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 고객이 로봇을 구입하려 할 경우엔, 그 로봇에게 시킬 일을  미리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다지요 ?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라고 한 다음  로봇을 그 일에 매우 적합하게 훈련시켜 판매한다고 들었습니다."  스미스-로버트슨이 말했다.   " 그렇소.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로봇이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해내면 고객들이 불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앤드류가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당신 회사에서는 나처럼 유연하고 적응력이 좋은 로봇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 만들지 않아."  " 책을 쓰면서 자료들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로봇중에서는 제가 가장 오래 된 로봇입니다."  " 현재까지는 그렇지."  스미스-로버트슨이 말했다.  "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너같은 로봇은 존재하지 않을 거야. 25년이 지나면 로봇은 쓸모가  없어진다. 다시 회수해서 처분하고 새로운 모델로 교체되는 거지."  " 말씀하신대로 현재 생산되는 로봇중에서 25년 이상 쓸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폴은 열심히 얘기를 계속했다.  " 그렇지만 앤드류는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지난 세월동안 스스로 의지해왔던 자신의 전자두뇌에 충실히 따르는 앤드류가 말문을 열었다.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유연성이 뛰어난 로봇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신다면, 그 때문에 귀 회사에서 저를 특별히 대우해  주실 의향은 없습니까 ?"  " 천만에."  스미스-로버트슨은 차갑게 대꾸했다.  " 너의 특별함은 우리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오히려 성가신 것이야. 옛날에 어쩌다가 너를 아주 팔지만 않았어도, 그냥 임대만 해  주었어도 이미 오래 전에 다시 회수해서 처분해 버렸을 텐데."  "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입니다. 나는 지금 자유  로봇이고,  나의 소유주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는 지금 내 소유물에 대한 사후 서비스로서 내 몸을 교체해 주기를 요구하는 겁니다. 소유자의 동의나  허락 없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교체를 할 수 없지요.  요즈음은  로봇을 판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주로 임대를 하기 때문에 소유자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지만, 제가 마틴 집안에 올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미스-로버트슨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벽에 걸린 입체영상이 앤드류의 눈에 들어왔다. 모든 로봇공학자들의 스승이나 다름없는 수잔 캘빈의  데드마스크였다. 그녀가 죽은지는 거의 이백년 가까이 되었지만 앤드류는 책을 쓰면서 알게 된 지식으로 그 선구자를 잘 알고 있었다. 생생한  입체영상으로 떠 있는 그 얼굴이 결코 낯설지 않은 앤드류에게는,  마치 살아있는 동안에 만난 적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스미스-로버트슨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어떻게 교체한단 말인가 ? 만약 널 교체한다면 소유주라는 너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건데 ? "  그는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 그렇게 까다로운 건 아닙니다."  폴이 끼어들었다.  " 앤드류의 독특한 개성은 바로 양자두뇌에 담겨 있지  않습니까  ? 그 부분은 로봇이 처음 만들어진 뒤에는 다시 새것으로  교체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계속 작동하는 거지요. 따라서 앤드류 자신의  소유주는 엄밀히 말하면 양자두뇌인 겁니다. 신체의 다른 부분은 로봇의 개성을 건드리는 일 없이 교체가 가능한 것이지요. 왜냐 하면 그런  부분들은 양자두뇌의 소유물인 셈이니까요. 즉 앤드류는 자신의 두뇌에다 새 몸뚱이를 달고 싶은 겁니다."  " 맞습니다."  앤드류가 담담한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그는  스미스-로버트슨에게 얼굴을 돌렸다.  " 당신 회사는 안드로이드를 생산하고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 겉모양이 인간과 아주 흡사하고 피부 살결이나 감촉까지도 거의  똑같은 것을 말입니다."  스미스-로버트슨이 대답했다.  " 그렇다.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있지. 합성된 섬유  피부와  힘줄로 만들어졌는데 일을 아주 잘하지. 사실 인공두뇌 부분을 제외하곤 거의 금속을 쓰지 않다시피해서 만들어 냈다. 하기야 움직이는  건  금속제 로봇과 별 차이가 없지만. 투박하고 거칠긴 마찬가지야."  폴은 흥미있다는 표정이었다.  "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군요. 시장에 내 놓은지 얼마나 됐죠 ? "  " 내놓지 않았소. 금속제 로봇보다 값이 훨씬 비쌀 뿐더러 시장조사 결과도 부정적이었소. 너무 인간을 닮아서 사람들이 환영하지 않을 거라더군."  앤드류는 말을 계속했다.  "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 기술을 계속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요구하러 온 것입니다. 내 몸을 유기질 로봇,  즉  안드로이드로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폴은 상당히 놀란 모양이었다.  " 맙소사."  스미스-로버트슨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 그건 불가능해 !"  " 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 나는 얼마든지 돈을 지불할 것입니다."  " 우린 더 이상 안드로이드를 만들지 않아."  " 안드로이드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폴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 이 일은 안드로이드 완제품을 새롭게 생산하는 것과는 다른  일입니다."  " 아무튼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것은 공공 정책에 위배되는 일이요."  "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 하여간 우린 안드로이드를 만들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안  만들거고."  폴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시작했다.  " 스미스-로버트슨 씨. 앤드류는 자유 로봇이며, 로봇의 권리는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점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  " 물론이오."  " 이 로봇은 자유 로봇으로서, 스스로 옷을 입고 다니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 로봇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조항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그렇듯  구속력이 약한 법률로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까지 기대하기가 어렵지요."  " 우리는 그 일의 자초지종을 다 알고 있소. 당신 부친의  법률사무소는 불행하게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진 못했더군요."  "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가 여기서 얘기하는 것은 분명히 법률 위반이며 또 엄격한 법적 처벌이 따르는  일입니다."  " 무슨 얘길 하는 거요 ?"  " 나의 고객인 자유로봇 앤드류 마틴은 -- 그는 지금 우리 법률회사의 주요 고객중 하나입니다 -- [합중국 로봇 및 기계인간] 회사에  정식으로 청구하는 겁니다. 회사에서 처음 판매할 때 약속했던  것처럼, 소유자가 25년이상 사용한 로봇을 교체해 달라고 말입니다. 사실은 회사쪽에서 먼저 교체해 주겠노라고 해야 정상이지요."  폴은 미소를 띤 채 청산유수처럼 막힘없이 말을 엮고 있었다.  " 내 고객의 양자두뇌가 내 고객의 신체를 소유한  주인입니다.  그 신체의 연령은 분명히 25년이 넘었지요. 소유자인 양자두뇌가  신체를 안드로이드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더구나 어떤 비용이든  지불하겠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요구를 거절한다면 나의 고객은 부당하게 계약위반을 당하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소송을 걸  겁니다.  만약 일반 대중들의 여론이 로봇의 이런 정당한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면, 당신 회사 역시 사람들에게 그리 좋은 인상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지요.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로봇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당신 회사에 의혹을 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로봇을 두려워하던 이전 시대의 유물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당신네 회사가 가진 막대한 부와 권력, 전 세계의 로봇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 등에 대해 사람들은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반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귀 회사가 쓸데없이 소송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나의 고객은 부유하며  또 앞으로 몇 세기라도 살 수 있고 그 동안에 법정 투쟁을  스스로  그만 둘 의향이 전혀 없습니다."  스미스-로버트슨의 얼굴이 점점 벌개졌다.  " 당신 지금 날 협박하..."  " 절대로 협박이 아닙니다. 만약 내 고객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좋을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아무런 이의를 달지않고 즉시 물러갈 것입니다....그러나 소송을 제기할 겁니다. 법으로  보장된 우리의 권리이니까요. 당신은 결국 패배하고 말 겁니다."  " 잠깐잠깐 --"  " 나는 당신이 요구에 응해 주리라 믿습니다. 좀 망설여지겠지만 마침내 수락할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내 고객의 신체를 유기 조직으로 교체하는 동안, 만약 양자두뇌에 아주 약간이라도 손상을 입힌다면 나는 그 즉시 법정  투쟁에  들어가 당신 회사가 패소할 때까지 쉬지 않을 겁니다. 나는 필요하다면  조직적인 여론 공작을 펴서라도 당신 회사에 대항할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내 고객의 양자두뇌 핵심 부품인 백금-이리듐 회로에 아주  조그만 흠이라도 간다면 말입니다."  폴은 앤드류를 돌아보았다.  " 이 모든 것에 동의하는거지, 앤드류 ? "  앤드류는 일 분 가까이 머뭇거렸다. 거짓말, 아니면 공갈이나  다름없는 말에 동의해야 할 것인가. 사람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고 있지 않나. 그러나 물리적인 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앤드류는 스스로에게  확인하듯 말했다. 물리적인 해가 아니다.  그는 마침내 어정쩡하고 희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  14.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거나 다름없었다. 며칠 동안, 그리고  몇  주 동안, 마침내 몇 달 동안 앤드류는 어쩐지 신체의 모든  부분이  자기 몸이 아닌듯한 거북함에 시달렸다. 가장 간단한 동작 한 가지를  하려해도 꽤나 성가신 노력을 기울어야 했다.  폴은 흥분했다.  " 그 놈들이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어, 앤드류.  소송을  걸어야겠다."  앤드류는 매우 천천히 얘기를 했다.  " 안 됩니다.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즈-즈-즈-증거가 없어요."  " 증거가 ?"  " 증거가. 나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냥 단순한  저-저-저-적응기간입니다."  " 적응기간이라구 ? "  " 그렇습니다. 내 드-드-드-두뇌는 이런 신체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요."  앤드류는 자기 자신의 두뇌를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교체 작업은 성공적이었으며, 단지  양자두뇌가 유기 조직과 조화를 이루려면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그는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직 인간이 아니다 ! 얼굴이 너무 딱딱하다. 또 동작은 너무  조심스럽다.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마구 움직여야 하는데 동작  하나하나를 너무 신중하게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아무튼 이제 적어도 금속제 몸뚱이에 옷을 걸쳐 입어야 하는 어색함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앤드류는 말했다.  " 하던 일을 다시 계속하겠습니다."  폴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 별 탈이 없었다는 얘기로군. 근데 또 무슨 일을 하려고 ? 딴 책을 또 쓰려고 ? "  " 아닙니다."  앤드류는 진지하게 얘기했다.  " 나는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기에는 너무 오래  사는  존재입니다. 처음에 나는 예술가로서 일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역사학자가 된 적이 있었고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로봇생리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 로봇심리학자를 말하는 거야 ? "  " 아닙니다. 그건 양자두뇌를 다루는 학문이지만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로봇생리학자는 양자두뇌에 딸린 신체를 연구하는 겁니다."  " 그럼 로봇공학자 아닌가 ? "  " 로봇공학자는 금속제 로봇을 연구하지요. 나는 유기질 조직을  갖춘 안드로이드를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론 아직 저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지요."  " 네가 해보겠다는 분야는 너무 대상이 좁군."  폴은 생각에 잠겨 얘기했다.   " 예술가라면 모든 개념들이 너의 것이지. 역사학자라면 모든  로봇들을 다룰 수 있지. 그러나 로봇생리학자라면, 너는 너 자신밖에는 연구할 대상이 없쟎아."  앤드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것 같군요."  앤드류는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공부했다. 생물학에 대해서는  물론,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빈약했던 것이다. 독서에 열중한 그의 모습은 이내 도서관 안의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옷을 입은 채 몇 시간씩 자료를 뒤적이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따금 그가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다녔지만 아무도 그를 방해하지 않았다.  앤드류는 그의 집에다 연구실을 따로 하나 차렸다. 그의 장서도  갈수록 늘어갔다.  몇 년이 흐른 뒤, 어느 날 폴이 앤드류를 찾아왔다.  " 앤드류, 애석하게도 너와 같은 로봇의 역사가 끝나게 되었다.  합중국 로봇 회사가 새로운 경영전략을 세운 모양이야."  폴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눈을 인공 안구로 바꿔 달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폴이 앤드류 쪽으로 가까워진 셈이다.  " 어떤 전략입니까 ? "  " 그들은 거대한 양자두뇌를 만들어서 그 중앙  컴퓨터가  초단파를 통해 어느 곳에있는 로봇이든 원격 조종,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 작정인가 보더군. 한꺼번에 수백 수천의 로봇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거야. 로봇들은 따로 자신의 두뇌를 가지지 않고 중앙 컴퓨터의 손발 노릇을 하는거지. 둘은 물리적으로는 분리되어 있지만."  " 그게 더 효율적입니까 ? "  " 회사에선 그렇다고 주장하는군. 스미스-로버트슨이 죽기 전에  세워 놓은 새로운 방침이라고 하더구만. 그런데 내 생각엔 아무래도  너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너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로봇은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심산이지. 그래서 두뇌와 신체를 분리한 거야, 틀림없어. 양자두뇌는 이제 애초부터 신체가 없으니까 자기 몸을 바꿔달라고  하지도 않을테고, 로봇들은 두뇌가 없으니까 당연히 아무 생각이 없을테고.  놀랍군, 앤드류. 네가 로봇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말이야. 합중국 로봇 회사가 좀 더 정교하고 전문화된 로봇을 만들도록 고무했던건 너의 예술적 솜씨였고, 법률이 로봇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도록 만든 것도 너의 자유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 이제는 로봇 회사가 두뇌와 신체를 분리하도록 만든 것도 네가 안드로이드 신체를 가지려고 고집한 덕분이니까, 안 그런가 ? "  " 그 회사는 결국에 가서는 아주 거대한 전자두뇌를 하나  만들어서 수십 억의 로봇들을 원격조종하도록 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죄다 한 바구니 안에서만 노는 겁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좋지 않아요."  " 네 생각이 옳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백 년 정도  흐르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겠지. 난 살아서 그 꼴을 보지는 않을 테고.  사실 난 일 년을 못 버틸 것 같다."  " 폴 ! "  앤드류는 걱정스럽게 외쳤다.  폴은 어깨를 으쓱했다.  " 앤드류, 우리 인간들은 불사신이 아니야. 너와는 달라. 뭐 이런게 별 중요한 건 아니지만, 네게는 얘기를 해야겠다. 나는  마틴  집안의 마지막 사람이다. 너를 빼면. 종조모님 슬하에서 내려온 먼  친척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야. 내가 개인적으로  관리해 온 재산은 네 이름으로 된 신탁에 상속시키겠다. 앞으로 너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곤란을 겪지 않을 거야."  " 필요없는 일입니다."  앤드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과는 달리 마틴 집안의 사람이 죽는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폴이 말했다.  " 자, 논쟁은 그만두자.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어.  그런데  요즘은 무슨 일을 하고 있지 ? "  " 나는 안드로이드 -- 나 자신 -- 를 위해 탄수화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원자력  에너지가 아니고요."  폴의 눈썹이 올라갔다.  " 그러면 숨을 쉬고 음식물도 먹는단 말인가 ? "  " 그렇습니다."  " 언제부터 그런 연구를 했지 ? "  " 꽤 오래 되었지요. 그러나 지금 설계하고 있는 것이 제일  적합할 것 같습니다. 탄수화물이 붕괴할 때 촉매작용을 해 주는 작은  산화캡슐을 사용하는 겁니다."  " 그렇지만 왜 그런 걸 ?  핵에너지가 훨씬 더 좋지 않나 ? "  " 어떤 면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핵에너지로  살아가지 않지요."  15.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앤드류에겐 시간이 많았다. 그는 폴이  평화롭게 숨을 거둘 때까지는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주인의 증손자가 마침내 사망하고 나자 앤드류는 험난한 바깥  세상에 혼자 내던져진 꼴이 되었고,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진작에  결심했던 일을 더욱 더 서둘렀다.  사실 완전히 혼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죽고 없어졌지만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는 여전히 남아있었고, 그런 법인은  로봇보다도 더 오래 살아 남을 것이다. 법률사무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경영방침을 별 무리없이 계속 고수하고 있었다. 앤드류 명의의  신탁 재산은 사무소에서 잘 관리해주는 덕에 점점 불어났다. 대신  법률사무소도 매년 막대한 수수료를 꼬박꼬박 챙겼다. 그들은 이제 앤드류가 고안한 새로운 산화캡슐 건을 법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앤드류가 [합중국 로봇 및 기계인간]회사를  방문하는  날이 왔다. 그는 혼자 갔다. 그 옛날 처음 갈 때는 주인과 함께, 그 다음엔 폴과 갔었지만 이번에는 혼자였다. 그의 모습은 겉보기에 사람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회사도 많이 변화하였다. 공장이 있던 곳은 거대한 우주정거장이 되었다. 비슷한 분야의 산업이 발달하면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그와 함께 많은 수의 로봇들도 사라져버렸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공원처럼 변해버렸고, 인구는 1조 명에서 균형을 이루었다. 그리고 독립된 양자두뇌를 가진 로봇들도 전체 인구의 3할 정도 되는  수가  있었다.   연구소 소장 앨빈 매제스쿠는 얼굴도 머리색깔도 거무튀튀했다.  뻣뻣한 턱수염에다 허리 위에는 아무런 옷도 입지 않았고, 단지  가슴띠만 둘렀다. 한창 유행하는 형식이었다. 앤드류 자신은 몇 십년은 되었을 구닥다리 모양의 옷을 입고 있었다.  매제스쿠가 말했다.  " 물론 당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나도 반갑습니다. 어쨌거나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만든 로봇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니까. 지난날 스미스-로버트슨 사장님이 당신을 섭섭하게 해 드린 건 유감입니다. 좀 더 기분좋게 배려해 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 지금도 그래주면 좋겠군요."  " 아니, 이젠 안 될 겁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요. 우리는 지구에서 백 년 가까이 로봇을 다루기는 했지만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로봇은 우주에서 일하기에 더 적합합니다. 지금 지구에  있는 것들은 양자두뇌가 없는 게 태반입니다."  " 그렇지만 내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 이 지구에 말입니다."  " 그건 그렇지요. 그러나 당신같은 로봇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무슨 요구를 하려고 왔는지 ? "  " 로봇으로서야 더 바랄 것이 없지요. 그러나 내 몸이 유기질  조직인 만큼, 에너지도 유기물에서 얻고 싶군요. 여기 제 생각을 정리해서 -- "  매제스쿠는 서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있다가 점점  정색을 하며 진지하게 앤드류가 내민 자료에 몰두했다. 그가 마침내  얘기했다.  " 이건 굉장한 것이군요. 이걸 누가 다 고안했습니까 ? "  " 내가 했습니다."  매제스쿠는 한동안 앤드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이 일은 당신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아직은 실험에 불과한 단계니까. 지금까지 이런 것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냥 지금 그대로의 당신이 더  좋습니다."  앤드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좀 애매했지만, 목소리엔  노골적으로 조바심이 깔려 있었다.  " 매제스쿠 박사님,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군요. 당신은 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런 장치들을 제  몸에  정상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면, 인간의 몸에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인공  장기들 따위를 이용해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여기 제가 설계한 것들, 또 지금 설계하고 있는 것들보다 더 좋은 건 없습니다.  이것들이 실용화되면 나는 그 특허권 관리를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에 일임할 겁니다. 우리들은 이것을  사업화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고, 만약 실제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로봇  산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겁니다. 물론 당신 회사의 피해가 제일 크겠지요.  그러나 제 제의를 수락해서 내게 이 장치를 시술하고 앞으로도 비슷한 일을 해 준다면, 특허권 수수료에서 계속 배당금을 얻게  될  겁니다. 그리고 로봇은 물론 인간의 인공장기들에 대한 기술과 지식도  습득하게 될 겁니다. 미리 얘기하지만 이 일은 완벽해야 합니다. 첫번째 시술을 마치고 여러가지 시험을 거쳐 모든 것이 정말로 완벽하게 끝났다는 것이 입증된 뒤에만 방금 얘기한 여러가지 것들이 보장되는 겁니다."  앤드류는 자신의 단호한 태도가 로봇의 첫번째  법칙과  상충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지금은 얘기를 듣고 있는 인간이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결국은 인간을 위한 일이니까.  매제스쿠는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 난 이런 문제를 혼자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소.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오."  " 적당한 만큼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만큼만입니다."  앤드류는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폴이 같이 왔더라도 이보다 더 멋지게 해내지는 못했으리라.  16.  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결정이 내려졌고, 그리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매제스쿠는 말했다.  " 난 이번 수술에 반대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앤드류.  그러나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오. 시술 자체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어요. 단지 당신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로봇을 대상으로  하고 싶었소. 당신만이 가진 그 독특한 양자두뇌에 손상을 입히고 싶지  않았단 말이오. 이제 당신의 양자두뇌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경조직들과 결합되었으니, 만약 몸에 무슨 이상이 생기거나 하면 그  양자두뇌도 원래대로 회복시키기가 어렵게 될 거요."  " 나는 합중국 로봇 회사의 기술진 여러분들 솜씨를 믿습니다."  앤드류는 말을 이었다.  " 나는 이제 음식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 에에, 하여튼 올리브 기름도 주기적으로 마셔야 할 거요.  산화캡슐을 계속 청소해 줘야 하니까. 지난 번에도 설명했지요 ? 뭐  그다지 맛이 좋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시오."  " 이 상태로 만족한다면 그렇게 해야 겠지요. 그러나 내부에서 스스로 세척이 되도록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지금  저는 고체 음식물도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음식물 중에는 소화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요. 그런 것들은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 그러니까, 배설물을 말하는 건가요 ? "  " 그것에 해당되는 물질이 되겠지요."  " 뭐 또 다른 것은 ? "  " 뭐든지 다 할겁니다."  " 생식기까지도 ? "  "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장기적인 계획에 들어 있습니다. 내 몸은 하나의 화폭이나 다름없고 나는 거기에다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내가 그리는 것은 -- "  매제스쿠는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스스로 끝을 맺었다.  " 인간입니까 ? "  "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요."  " 좀 빗나간 야망을 가졌군요, 앤드류. 당신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요. 당신이 완전히 유기체로 탈바꿈해버린다면, 바로 그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오."  " 내 두뇌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 아니, 아니오. 결국은 알게 될 겁니다. 아무튼 앤드류, 당신이 고안한 인공 장기들은 아주 획기적인 것이오. 그 제품들의 특허권은  당신 이름으로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되겠군요. 발명가로서 공로를 인정받게 될 거고, 바로 당신 자신의 몸으로 그 효능을  훌륭하게  입증하는 셈이지. 그렇다면 당신 스스로 또 다른 시도를 안 해 볼수가 없겠군."  앤드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명예가 찾아왔다. 앤드류는 몇몇 이름있는 학회의 정식 회원이 되었다. 그 중에는 그가 온 정열을 다 바쳐 새롭게 개척한 분야의  학문도 있었다. 그가 언젠가 '로봇생리학'이라고 이름붙였던 그 학문은  이제 '인공생리학'으로 자리잡았다.  앤드류가 탄생한 지 백오십주년이 되는 날, 합중국  로봇  회사에서 성대한 축하 만찬이 베풀어졌다. 앤드류는 그 자리에서  묘한  감회를 느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은퇴해서 노년을 한가롭게 보내고 있던 앨빈 매제스쿠도  참석했다. 그는 아흔네살이었지만 간과 콩팥을 인공장기로 대체시켜서 아직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매제스쿠가 짤막하지만 감동적인 연설을  하고 난 뒤에 축배를 높이 드는 순간 만찬은 절정에 달했다. 그는 외쳤다.  " 백오십살된 로봇을 위하여 ! "  앤드류는 얼굴 근육을 새로 손봐서 웬만한 표정은 사람과 거의 똑같이 표현할 수 있었지만, 그는 만찬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무표정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백오십살 먹은 로봇'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17.  앤드류가 지구를 떠난 것은 탁월한 인공생리학 지식 때문이었다. 앤드류가 탄생 백오십주년을 보낸 뒤 십 수 년이 흐르는 동안, 달은  지구 자체보다도 더 지구에 가까운 생할환경을 이루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중력만큼은 달의 지하에 있는 수많은 도시들에서 쾌적하게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달에 사는 사람들이 착용할 인공장기는 달의 중력에 맞게  모든것을 처음부터 새로 설계해야 했다. 앤드류는 달에 오 년 동안 머물면서 인공생리학자들과 함께 연구에 몰두하여 달의 중력에 맞는 인공장기들을 개발해냈다. 이따금 작업을 쉴 때면 로봇들이 많이 사는 지역을  산책하곤 했다. 마주치는 로봇들은 모두 사람에게 하듯  아첨하는  태도를 보였다.  앤드류는 다시 지구라는 단조롭고 조용한 세계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를 방문했다.  사무소 소장 사이먼 드롱은 놀란 얼굴로 앤드류를 맞았다.  " 아직 돌아오는 중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앤드류.(그는 거의  마틴 씨라고 말할 뻔했다.) 다음 주 쯤에나 돌아올 것으로."  " 참을 수가 없더군요."  앤드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는 본론을  꺼내려고  조바심치며 말했다.  " 사이먼, 달에선 말이오, 나는 스무 명의 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을 책임지고 이끌었소. 나는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그들 중  반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달에 있는 로봇들은 자기도 나중에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나를 따랐소. 그렇다면 말이오, 말해 보시오 사이먼, 나는 사람이 아닙니까 ? "  드롱은 앤드류에게 조심스런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 친애하는 앤드류, 당신이 방금 말했다시피  당신은  사람에게서나 로봇에게서나 하나의 인간으로 대접받고 있어요. 따라서 당신은  사실상 인간이나 마찬가집니다."  " '사실상 인간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대접받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소. 나는 인간이라는 것을 법으로 인정받고 싶소."  " 그건 좀 다른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어떤 편견 내지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겠지요 ? 당신은 어느 모로  보나 인간과 매우 흡사한 존재이지만, 그러나 인간은 아닙니다."  " 왜 아니라는 겁니까 ? 나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신체 내부의 기관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 몸  속의  기관들 중에는 인간의 몸에 들어간 인공장기와 아주 똑같은  것도  있습니다. 나는 인간의 예술과 문학과 과학에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지금  생존하는 사람중에서 나만큼 커다란 공헌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또 뭐가 부족하다는 겁니까 ? "  " 나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세계 의회]에서 당신을 인간으로 규정하는냐 하는 거지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 내가 [세계 의회]의 누구한테 얘기를 하면 좋겠습니까 ? "  " 과학기술 위원회의 의장에게 얘기하면 될 겁니다, 아마도."  " 당신이 좀 주선해 주시겠습니까 ? "  " 글세, 당신 정도라면 굳이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만날 수 있을 텐데. 당신의 지위와 명예라면 --"  " 아니오. 당신이 주선하시오." ( 앤드류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인간에게 명령을 내리는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사실 그는 달에서 이런  일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류사무소가 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을 위원회 의장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 후, 그러면 -- "  " 전폭적으로, 끝까지 지원하는 겁니다, 사이먼. 지난 백  칠십오년동안 내가 이 사무소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는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요. 그동안 나는 이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성실하게 봉사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빚을 돌려받자는 겁니다."  드롱은 대답했다.  "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지요."  18.  과학기술 위원회의 의장은 동아시아 출신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치 리싱이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죄다 투명해서 마치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것 같이 보였다.   리싱이 말했다.  "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당신의 희망에 저도  동감을 합니다. 우리 인간들의 역사에도 인간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투쟁했던 일이 많았지요. 그런데 당신이 원하는 권리는 도대체 무엇이지요 ? "  " 간단합니다. 그저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원합니다.  로봇은 언제 어느 때든 분해되어 버릴 염려가 있지요."  " 인간도 언제 어느 때 사형선고를 받을 지 알 수 없습니다."  " 인간의 사형선고는 법에 의해서만 내려지고  집행되는  것이지요. 나를 분해하는 데에는 재판이 필요없지 않습니까 ? 그저 인간이  내게 명령만 내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게다가 -- 게다가 -- "  앤드류는 자신이 얘기하고 있는 것들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애를 썼지만, 교묘하게 가장했던 인간의 표정이며  목소리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인간들의  여섯 세대를 거쳐오는 동안 오로지 그것만을 원했습니다."  리싱은 동정어린 눈빛으로 앤드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의회에서 당신은 인간이라고 선언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어요. 설사 돌로 만든 석상이라도 의회에서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면 하면 그 순간부터 인간이 되는 거예요. 그러나 의회에서 실제로 그렇게 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요. 그런  애매모호한  경우에는 대개들 선례나 일반적인 여론에 따르게 되는데, 의원들이란 결국 전체 인구의 여론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니까 순조롭게 풀릴  문제는  아니군요. 사람들은 로봇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  " 지금도 그렇습니까 ? "  " 지금도 그래요. 당신이 인간으로서 자격을 충분히 획득했다는  사실은 모두들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뭔가 좋지않은  선례를 남길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 무슨 선례를 말하는 겁니까 ? 난 단 하나뿐인  자유  로봇입니다. 나와 같은 로봇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구요. 합중국 로봇 회사에다 자문을 구해보셔도 좋습니다."  "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요. 앤드류,  아아, 당신이 좋다면 마틴 씨라고 부르지요. 나 개인적으로는 당신을 인간이라고 인정하는 데 조금도 이의가 없어요. 그러나 당신도 알게  되겠지만 다른 의원들은 대개 일반인들의 편견이나 선입감에 많이  좌우됩니다. 그게 부질없는 내용이라는걸 알면서도 그렇게들  한다구요.  마틴 씨, 나는 당신의 처지를 동정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희망은 갖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사실 -- ."  그녀는 뒤로 물러 앉았다.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 사실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이 되면, 의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분명히 당신을 분해해 버리자는 얘기가 나오게 될 거예요. 이 복잡하고 골치아픈 딜레마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정말 이 일을 계속 끌고 나갈 작정이라면 반드시 그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만 합니다."  " 내가 인공생리학에 기여한 그 모든 공로나  업적을 모두들 기억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 나 혼자서 일구어내다시피 했던 그  기술들을요 ? "  " 참 무서운 일이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게 사람이예요.  그리고 설사 기억한다해도 결과적으로는 당신에게 더 좋지않은  인상을  갖게 해 줄겁니다. 그들은 말할 거예요. 당신이 그 방면에서 이룩한 업적들은 모두 다 당신 자신을 위해서 한 거라고 말입니다. 죄다 인간을  로봇과 비슷하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면 로봇을 인간과 비슷하게  만드려는 꿍꿍이다, 뭐 이렇게들 말할게 뻔해요. 물론 두 가지 경우 다 인간들이 보기엔 아주 좋지 않은 일이죠. 마틴 씨, 당신은 정치적인  구설수에 휘말려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우리들은  흑색 선전의 표적이 될 테고 우리 스스로 그 내용을 인정하든말든 그  거짓 선전을 믿는 사람들은 생깁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세요."  리싱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몸집이 작아서 앤드류에 비하면 어린이처럼 보였다.   앤드류가 말했다.  " 만약 내가 인간성을 얻기 위해 투쟁하기로 결정한다면, 당신은 내 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 "  리싱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그렇게 할 거예요. 그렇지만  만약 어느 때든지 나의 입장이 내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된다면, 당신을 저버릴 수도 있죠. 왜냐하면 이 문제는 나의 기본적인  정치적 신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니까요. 당신에게 솔직히  말씀드리는 거예요."  " 고맙습니다. 더 이상 당신께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나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밀고 나갈 작정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기꺼이  응하시는 한도 내에서 당신의 도움을 기대합니다."  19.  정면 승부를 걸지는 않았다.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는 신중하게 전략을 짰고 앤드류는 이제 그런 준비 작업이  신물이  난다고 투덜거렸다. 사무소는 골치아픈 문제의 발생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여론 공작에 착수했다.  그들은 소송을 제기했다. 인공심장을 다는 사람들은 수술 즉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삭제해 버리자고 건의안을 상정한  것이다. 더해서 인공장기를 단 사람들일지라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소는 노련하고 끈덕지게 소송을 이끌어나갔고,  판결이  내려질 때마다 패소했지만 그들의 일관된 태도는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침내 [세계 대법원]에서도 그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몇 년의 시간과 몇 백만 달러의 돈이 투자되었다.  마침내 최종 판결이 내려졌다. 결국 그들은 패배하고 말았지만 드롱은 법적 패배보다 더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 동안의 노력이 앤드류를 위한 것이었음은 당연한 얘기다.   " 우린 두 가지를 해 냈습니다, 앤드류."  드롱이 말했다.  " 물론 둘 다 좋은 것이지요. 우선 첫째로, 인공장기나  아니면  그 밖에 어떤 것이든 인공부분이 있는 신체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보통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성'이란  개념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점입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인공 장기들에 의존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 그렇다면 이제 [세계 의회]가 나를 인간으로 인정해 줄까요 ? "  드롱은 그다지 편치않은 얼굴을 해 보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솔직히 말해서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세계 대법원]이 인간을 정의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하나 있지요. 인간은 유기질 세포로 이루어진 두뇌를 갖고  있지만 로봇은 백금-이리듐 회로로 만들어진 양자두뇌를 갖고 있지요.  그리고 당신의 두뇌도 양자두뇌인 것입니다....  아아, 앤드류.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우리는  아직  유기질 세포로 이뤄진 두뇌를 만들 능력이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대법원의 인정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건 당신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렇다면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 "  " 물론 부딪쳐 봐야죠. 리싱 위원장이 우리편이 돼 줄 테고 또 다른 의원들 중에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을 테니까. [세계 의회]의 의장은 최종 판단을 내리기 전에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 틀림없어요."   " 대다수가 우리 편일까요 ? "  " 아니오, 아직은 멀었다고 봐야죠.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가 해  온 작업덕분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성의 개념이 꽤 넓어졌으니까,  그런 여론에 기대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당신이 포기하지 않겠다면 한번 운에 맡기고 도박을 해 보는  겁니다."  " 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20.  리싱 위원장은 앤드류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신 더 늙어  보였다. 지금은 투명한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머리는 짧게 잘랐고 입은 옷은 품이 넉넉했다. 앤드류 자신은 거의 백 년 전 처음 옷을 입기  시작했을 때의 모양과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러면서도 지금  사람들이 봐도 최소한 흉을 보지는 않을 그런 정도의 고루한 옷들을  걸치고 있었다.   리싱이 말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어요, 앤드류. 쉽게 좌절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우리는 패배하고 말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할 거예요. 나도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음 번 선거에서 표만 잃어버릴 결과가 되었어요."  " 나도 압니다. 그 때문에 나도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만약 일이 그렇게 되면 나를 포기한다고 하고선 왜 계속 내 입장을 지지하신 거죠 ? "  " 아시다시피 사람은 누구나 마음이 변하는 법이지요. 당신을  포기한다는 것이 내게는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예요.  어쨌거나 내가 [세계 의회]에서 일해 온 지도 이십오년이나 되었으니  더  이상 여한도 없고."  "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방법이 달리 없을까요, 리싱 ? "  " 우리는 몇몇 순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지요.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는 로봇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나 공포를 없애버리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어요."  " 그런 반감이나 공포가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데 타당한  이유가 됩니까 ? "  " 타당한 이유는 아니지요, 앤드류. 그렇지만 별다른 기준이 없다면 결국 그런 것들이 결정적인 작용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앤드류는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 결국 모든 문제는 두뇌로 귀결되는군요. 그러나 이  문제가  과연 유기질 뇌세포냐 양자회로 두뇌냐의 차원에서만 다루어져야 합니까  ? 실질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느냐 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는 없습니까 ? 그저 단순히 두뇌가 어떻게, 무엇으로 만들어졌느냐 하는 문제에만 집착해야 되는 겁니까 ? 두뇌란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의 사고작용이 가능한 모든 것의 총칭으로 간주할 수도 있지 않아요 ? "  " 그런 논리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의 두뇌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의 두뇌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의 두뇌는  조립된  것이지만, 인간의 두뇌는 진화한 것입니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구별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실들이 도저히 깰 수 없는 거대한 벽과 마찬가지예요."  " 만약 그런 뿌리깊은 반감과 공포의 근원을 알 수만 있다면,  정확한 근본 원인을 알 수만 있다면 --"  " 당신은 그 기나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리싱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 여전히 인간들을 이성으로 설득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군요. 불쌍한 앤드류, 화내지 마세요. 계속 인간이 되라고 끈질기게  이끌어 가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로봇이기 때문이예요."  " 난 모르겠군요."  앤드류는 변함없는 태도로 말했다.  " 만약 내가 내 스스로 --"  만약 그가 그 스스로 --  그는 오래전부터 결국은 그것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의사를 찾아나선 것이다. 그는 그 일에 적합한 솜씨를 갖춘 의사를 주변에서 은밀하게 찾아냈다. 일에 적합하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로봇 의사를 의미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술 솜씨도 솜씨거니와, 무엇보다도 인간의사는 심중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로봇의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수술을 할 수가 없기때문에,  앤드류는 마침내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가 로봇이라고 밝히기 전에 로봇의사에게 던진 몇 가지 질문들은, 그 자신으로 하여금 지난 날들의 갖가지 소동과 혼란들을 다시 떠오르게 하였다. 제 1법칙에 따라 수술할 수 없다는 의사에게 앤드류는 말했다.  " 나 역시 로봇이오."  앤드류는 그리고나서 그동안 인간들에게 배웠던 권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수술을 나에게 시행할 것을 '명령'하오."  제 1법칙에 구애받지 않게 된 의사는, 너무나도 인간과 흡사한 외모를 하고있는 앤드류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충실하게  제  2법칙에 따랐다. 그리하여 수술은 진행되었다.  21.  어쩐지 머리가 둔해진 느낌은 순전히 환상에  불과하다고  앤드류는 확신했다. 그는 그러나 수술에서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가누느라 벽에 기대어야만 했다. 그냥 주저앉아 버린다면 모든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 것이다.  리싱은 말했다.  " 이번 주 안에 최종 표결이 있습니다, 앤드류. 나도 이제 더  이상은 늦출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린 결국 지고 말겠지요....결국  그렇게 끝나고 말아요, 앤드류."  " 당신이 표결을 최대한 늦춰준 걸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나는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얻었고, 이제 미련없이 도박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 도박이라니, 무슨 얘기지요, 앤드류 ? "  리싱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 당신에겐 말할 수 없었지요. [페인골드 앤드 마틴]  법률사무소에도. 나는 이제 종말을 맞게 됩니다. 보세요, 두뇌가 그렇게 중요한 기준이라면, 결국 시간적으로 유한하냐 무한하냐가 제일 큰 차이 아니겠어요 ? 두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또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서 누가 그렇게 상관하려 들겠어요 ? 인간의 두뇌를 이루고  있는 유기세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반드시 죽습니다. 그 밖의 다른  모든 인체 기관들은 인공장기로 바꾸거나 남의 것을 이식하거나 해서  유지할 수 있지만, 뇌세포만은 절대로 교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걸  바꾼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개인의 개성을 없앤다는 말이니까, 결국  살인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인간들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죽을 수밖에 없지요.   나의 양자두뇌는 거의 2세기 가까이 작동해왔지만,  그동안  별다른 변화도 없었고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 별 탈없이 지탱할 겁니다. 바로 이 점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 아닙니까 ? 인간은 로봇이  불사신  같은 삶을 누리더라도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기계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나 불사신과 같은 삶을 누리는 인간은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유한한 수명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진리니까요.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나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 그래서, 당신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요, 앤드류 ? "  "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십여년 전에 나의 양자두뇌는 인공적인 유기질 신경 조직과 연결되었지요. 나는 얼마 전에 한 가지 수술을 더 받았습니다. 지금 내 두뇌회로에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리싱의 주름진 얼굴은 한동안 아무런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다. 그녀의 입술이 뻣뻣해졌다.  " 당신은 죽기로 작정했단 말인가요, 앤드류 ? 안 돼요. 그건 세 번째 법칙을 어기는 것이예요."  " 아닙니다. 나는 선택을 한 겁니다. 내 육신을  죽이느냐,  아니면 내 포부와 욕망을 죽이느냐 하는 문제지요. 내 육신은 살아있을지언정 그보다 더한 것을 죽이는 선택을 한다면, 나에겐 그것이 세 번째 법칙을 위반하는 일입니다."  리싱은 앤드류를 쥐고 흔드려는 듯 그의 두 팔을 잡았다. 그녀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  " 앤드류, 그래도 소용없어요. 다시 이전대로 회복시키세요."  " 불가능합니다. 이미 너무 많은 손상을 입었어요. 나는 이제 일 년 남짓 살 수 있을 겁니다. 아마 그보다 약간 오래, 아니면 좀 더  일찍 죽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내가 탄생한 이백주년이 되는 날까지는 버텨 볼 겁니다. 가까스로나마 그 때까지는 갈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얻는게 도대체 뭐지요, 앤드류 ? 당신은 바보군요 ! "  " 내가 인간으로 인정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만약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고통스런 투쟁은 끝나는 것이니까 역시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음순간 리싱은 스스로도 놀랄 반응을 보였다. 그의 두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2.  앤드류의 마지막 행위가 세상에 일으킨 파장은 예상보다 훨씬  격렬했다. 그동안 앤드류가 했던 어떤 일들도 이처럼 모두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적이 없었다. 그는 인간이 되기위해서  마침내  죽음까지 선택했다. 사람들이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위대하고 안타까운 희생이었다.   마지막 의식의 날이 다가왔다. 이백 주년 기념행사는 아주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세계 의회] 의장이 기념행사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선포하는 광경은 전 세계는 물론, 달과 화성 식민지에까지 중계방송되었다.  앤드류는 바퀴의자에 앉아있었다. 아직 걸을 수는 있었지만  비틀거리는 불안한 동작밖에는 할 수 없었다.   전 인류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장이 소리높여 선언했다.  " 오십년 전에 우리는 앤드류가 백오십살 먹은 로봇이라고 축하했습니다."  잠시 후, 의장은 좀 더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 오늘 우리는 당신이 이백살 생일을 맞은  '사람'이라고  선언합니다, 마틴 씨 ! "  앤드류는 지그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의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23.  침대에 누워있던 앤드류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짐을 느꼈다.  그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의식의 파편들을 붙잡았다. 인간이다  ! 나는 인간이다 ! 자신의 마지막 생각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  생각과 함께 영원히 어우러지며 자신의 존재를 끝맺고 싶었다. 인간처럼 '숨을 거두고' 싶었다.   가냘프게 눈꺼풀을 다시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옆자리를 지키고있는 리싱의 경건한 모습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그 뒤에 다른  사람들도 여럿이 있었지만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는 그림자일 뿐이었다.  눈 앞이 점점 어두워졌는데 이상하게도 리싱의 모습만은 또렷하게 떠올랐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손을 들어올렸다. 내민 손을 그녀가 꼬옥 쥐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희미하게, 아주 어슴푸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리싱의 모습이 아련하게 희미해졌다. 그와함께 의식도 마침내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정지해버리기 직전에 언뜻 무엇인가가 뇌리를  스쳤고,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앤드류는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 작은 아씨."  그가 속삭이듯 중얼거린 소리는 너무나 가냘퍼서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었다.개드립 - SF 중편 - 이백살을 맞은 사나이 ( http://www.dogdrip.net/1346852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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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27 10:26:43 0점 수정 삭제 댓글
  • 스팸글 1. 엄마 왔다 아이의 아버지가 막 일어나 베이비 모니터를 들고 집안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갔다. 아내가 딸에게 속삭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자장-자장 우리 아기-" 하는 노랫소리에 미소가 지어졌다. 식료품점에서 돌아온 아내가 정문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2. 자는 척은 안 통하던데 한 소년이 자고 있었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와서, 소년은 가늘게 눈을 뜨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다. 문이 조용하게 열리며 살인마가 부모님의 시체를 질질 끌며 들어왔다. 의자에 시체를 앉힌 살인마는 거기서 나오는 피로 벽에다 뭔가를 써갈기고 소년의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다.  소년은 상상도 못할 만큼 떨고 있었다. 벽에 뭐라고 쓰여있는지는 몰랐지만 살인마가 침대 밑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느 소년처럼 그 역시 이런 일이 일어난 줄도 모른다는 양 자는 체 했다. 시체처럼 조용히 누운 소년은 침대 밑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들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눈이 어둠에 점점 익숙해졌다. 벽에 쓰인 글을 읽으려 했지만 아직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그 글이 뭔지 알게 됐을 때 소년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깨있는 거 알아." 날카로운 것이 침대를 뚫고 올라왔다.3. 지하실엔 뭐가 있지? 엄마는 절대 지하실에 내려가지 말라고 하지만 난 대체 뭐가 그런 소음을 내고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강아지가 내는 소리 같은데, 난 강아지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지하실 문을 열고 까치발로 내려갔죠. 강아지는 안 보였는데, 엄마가 나한테 지하실에서 썩 나오라며 야단치고는 나한테 소리 질렀어요.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슬퍼서 울었어요. 엄마는 나한테 두번 다시 지하실에 가지 말라고 하고는 쿠키를 주셨어요. 기분이 좀 좋아져서 왜 지하실에 있던 남자애가 강아지 같은 소리를 내는지는 안 물어봤어요. 왜 손발이 없는지도요.4. 으으으으으으으응?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크고 낡은 2층집으로 이사갔다. 방은 죄 다 텅 비어 있었고 바닥은 삐걱거렸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기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혼자였다. 어느 날 이른 저녁,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은 여전히 어두웠다. 난 "엄마?"하며 엄마를 불렀다. 위층에서 "으으으으응?"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올라가며 엄마가 어느 방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불렀더니 똑같이 "으으으으응?"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엔 집을 꾸미고 있었기에 이 미로 같은 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지만 엄마가 복도 끝의 먼 방에 있는 건 확실했다. 뭔가 찝찝했지만 그러려니 하며 엄마를 보러 달려갔다. 엄마를 보면 무서운 것도 잊을 테니까. 언제나 그랬으니까. 막 문 손잡이를 돌리려 할 때 밑층의 정문에서 엄마가 "우리 아기 집에 있니?"하고 쾌활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놀라서 뒤로 펄쩍 뛰곤 당장 밑층에 있는 엄마한테 달려갔다. 하지만 내가 계단을 내려가기 전 뒤돌아봤을 때, 방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순간, 난 뭔가 이상한 걸 봤다. 뭔지는 몰랐지만, 나를 보고 있는 존재를.-----------------------------개드립 - 짧은 괴담 네 편 ( http://www.dogdrip.net/134320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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